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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회고
    김김 라이프 2020. 12. 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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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다. 직장인으로서, 개발자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한 해를 돌아보자.

    직장인으로서의 한 해

    올해 초, 리즈소프트에 입사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아파치 카프카와 컨플런트(confluent) 솔루션에 대한 리서치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옆 동료분들은 SI 프로젝트로 꽤나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나 혼자 리서치와 큰 역할 없는 카프카 유지보수 건을 진행하고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러한 내 상황을 어디서 들었는지 3월 즈음부터 여러 고객의 컨설팅 요청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그리고 4월, 이천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협력 업체를 위한 주차장. 출입증 발급 받을 때 엄청 고생했었는데..

    파견 생활은 카프카 컨설팅을 나갔다는 설렘 반, 의정부로부터 출퇴근한다는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다. 물론 나는 지원 인력으로 나갔다. 그래도 카프카를 대용량 파이프라인으로 운영, 개발하는 실무자들의 고민을 직접 접할 수 있었다. 카프카를 도입하려는 시스템의 현재까지의 히스토리와 큰 그림 안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들을 어깨너머로 들을 수 있었다. 극한의 출퇴근 환경과 복잡한 파견 업무 절차, SI 하도급의 현실, 그리고 고객 회사와 대표님 간의 신경전 등 업무 외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꽤 유의미한 파견 생활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3개월이 지났다.

    파견 생활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땐 이미 다른 고객사와 계약이 진행 중이었고, 이와 관련해서 카프카에 관련된 교육을 나가게 되었다. 카프카를 처음 운영, 개발하려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잘 정리해서 교육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카프카 플랫폼의 개괄적인 내용, 프로듀서, 그리고 컨플런트 모니터링 시스템인 컨트롤 센터(Control Center)에 관한 것이었다. 약 2차례 진행을 하면서 기본적인 질문들을 몇 가지 받았고, 수월하게 응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이전까지 지루했던 리서치 기간이 무의미하지 않았단 걸 입증했다. 뿌듯한 시기였다. 이외에도 다른 고객사의 미팅 요청이 있으면 대표님이 나를 동행하여 회의에 참석했다. 인정을 받는 시기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리즈소프트 때 갔던 제주도 워크샵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그로 인한 회사 정리. 그렇게 한 달도 안되어 백수가 되었다. 마음은 복잡했지만, 내 생활이 무너지는 것이 싫어서 바로 집 근처 독서실에 등록했다. 비가 많이 왔던 여름, 매일 독서실을 9시부터 6시까지 출퇴근하며 이직을 준비했다. 오전 시간은 미디엄을 읽고 정리했고 오후에는 알고리즘 문제를 풀거나 부족했던 CS 지식을 다듬었다. 그러던 중 글또를 통해 알게 된 대준님에게 본인이 속한 팀의 채용 공고를 소개받았다.

    독서실 출퇴근 열심히 했었지 ㅎㅎ

    지원은 두 군데에 했다. 하나는 k사와, 하나는 대준님이 소개해주신 우아한형제들이었다. 공고 내용은 카프카 관련된 직무였고, 두 회사 모두 꽤 매력적인 직무 내용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우아한형제들에 최종 합격하여 입사하게 되었다. 비록 대준님이 소개해주신 공고였지만 서류, 코딩 테스트부터 1, 2차 면접까지 다 진행이 되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회사와 달리 어떤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보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중요시 본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9월 중순, 석사 2년, 리즈소프트에서의 1.5년, 총 3.5년의 경력으로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고,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시작되었다. 직무는 사내 카프카 시스템을 운영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개발도 같이하는 직무였다. 수평적인 팀 문화에 적응하고,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시스템에 대한 히스토리도 따라갔다. 하지만 이 과정이 심적으로 순탄치 않았다. 이전에 인턴 과정에서 떨어진 기억 때문인지 3개월의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수습 딱지에 대한 걱정이 커져갔다. 그래서 무언가 보여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그로 인해 헛발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 많이 자책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배워가며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냈고 12월 중순에 무사히 수습 해제되었다. 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3개월이었지만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마 그럴 수 있었던 건 팀장님이 해주셨던 "3개월이라는 시간이 회사가 대호님을 판단하는 것도 있지만, 대호님도 회사를 판단하는 시간이다"라는 말 덕분이었던 것 같다.

    멋진 팀원분들

    현재는 카프카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이슈를 직면하고 있다. 특히 공식 문서와 실제 환경 간의 괴리감을 여실히 느끼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더 많이 고생할 것 같다. 그래도 2021년 우아한형제들의 카프카 플랫폼의 모습을 기대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개발자로서의 한 해

    이번 해는 카프카의, 카프카에 의한, 카프카를 위한 해였다. 카프카를 컨설팅하고, 교육하고, 구성하고, 운영하고, 개발하면서 여러 가지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케이스로 추려보면 다음과 같았다.

    • Helm chart를 이용하여 Kubernetes에 Kafka 배포하기

    • Kafka platform에 관해 정리하기 (글또 4기)

    • Wireshark로 Producer/Consumer 통신 살펴보기

    • Kafka Connect에 대한 Metric dashboard 구성하기

    • S3 Sink Connector에 관한 Custom Partitioner 개발하기

    어쩌면 너무 한 기술에 매몰되었던 해가 아니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카프카를 다루는 과정에서 엮이는 기술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다양한 기술을 접할 수 있었던 해였다. 물론 올해 초에 올해 목표로 세웠던 단단한 기술들 에 대해서는 많이 이루지 못했다. 여전히 말랑말랑한 부분이 많다. 욕심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2021년은 카프카를 운영하면서 카프카에 대한 지식만이라도 단단해진다면 꽤 유의미할 것 같다.

    올 해는 개발자 마인드에 대해서 많이 곱씹는 해였다. 특히 같은 파트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며, 그리고 소프트웨어 장인이라는 책을 읽으며 많이 느끼고 있다. 자신이 개발하고 운영한 시스템에 대한 오너십(ownership)과 프로페셔널리즘을 접하며 "나는 얼마나 내가 담당한 시스템을 책임질 수, 또는 책임지고 있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유지보수라는 매력에 눈을 뜬 것 같다.

    "자신의 일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리즈소프트에서도, 그리고 이번 수습 해제 인터뷰에서도 받았던 피드백이다. 처음 리즈소프트에서 받았을 때는 이 피드백을 부정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동일한 피드백을 받고 큰 충격에 받았다. 어쩌면 은연중에 내 할 일도 많은데, 남을 신경 쓸 시간이 있나?라고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2021년은 꼭 피드백받은 부분을 개선해서 좋은 동료 개발자가 되고 싶다.

    사람으로서의 한 해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에 대한 피로감과 권태가 쌓여가는 해였다. 거기에 파견과 퇴사, 이직, 적응 과정까지 쉽지 않은 해였다. 그럼에도 잘 버티고 견딘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휴식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재수 생활, 군대 후 칼 복학, 대학원 생활, 그리고 첫 직장과 이직, 충분한 휴식 시간을 두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마 퇴사 후 2개월 정도가 아무런 소속 없이 지냈던 유일한 기간이었던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어떤 사건이 있지 않는 이상, 그런 시간이 있을까? 짧더라도 종종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려웠던 한 해였던 만큼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이 너무 감사했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해였다.

    응원해줘서 고마워

    총평

    돌아보면 아홉수에 걸맞은 해였던 것 같다. 다사다난했지만 또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2020년이었다. 고생했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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